본문 바로가기

PC 이야기/IT News

스마트워치, 미래의 IT 전장이 될 것인가?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미래의 IT 전장이 될 것인가?

얼음이 깨지는 순간,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순간의 장면을 살펴보면, 어떤 외부의 힘이나 무게가 작용하는 정도에 따라 일정하게 버티던 물질이 한계에 다다르는 순간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변형된 외형은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이렇게 어떤 변수들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어느 순간 다시는 원래대로 회복하지 못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이는 제품과 제품이, 서비스와 서비스가 맞부딪치는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떤 변수가 쌓여가는 도중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작은 변수 하나만 얹어지는 상황에서도 시장은 모든 것이 뒤집히는 순간을 맞게 된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결정적 시점’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 정의한다.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하지만,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이후엔 극단적인 변화가 수반되고, 바로 그러한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티핑포인트라 정의한 것이다.

피처폰은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기존에 없던 기능들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대다수 소비자들은 그저 기술의 발전으로 휴대폰이 조금 더 좋아진 것쯤으로 인식했다. 심지어 터치 인터페이스가 적용될 때만 해도 그러한 인식 자체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하나씩 쌓여온 변수가 ‘스마트폰’에 집결되자 세상은 일시에 뒤집어져 버리고 만다. 스마트폰은 등장과 함께 기존 휴대폰 시장 전체를 집어삼켜 버렸다. 말콤 글래드웰의 이론에 따르면,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결정적 변화의 시점, 즉 티핑 포인트가 도래한 것이다.

◆ 차기 전장은 입는 컴퓨터

우리는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이 같이 거스를 수 없는 무시무시한 ‘티핑 포인트’를 목도하게 될까? 스마트폰의 전례를 살펴보면, 비슷한 패턴으로 작은 변수를 하나씩 쌓아가고 있는 두 가지 제품을 확인하게 된다. 하나는 ‘구글 글래스’로 대변되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기이며, 다른 하나는 수백 년 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액세서리였던 시계의 스마트화이다. 그리고 이 두 제품은 공히 입거나, 차는 방식으로 인체에 고정되는 시스템, 즉 '웨어러블PC'의 범주에 속한다.

이 두 제품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 것이라 기대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기존의 제품에서 진화한 형태라는 점이 그 첫 번째. 사용자들은 이미 이런 형태의 제품에 이미 익숙한데, 여기에 첨단의 IT 기술을 접목해 더 많은 정보와 유용성을 제공하면서도 스마트폰보다 훨씬 높은 활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바로 이런 성격의 제품이 첨단 IT 기술을 접목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장을 이곳에서 찾고자 하는 분위기이다.

자, 이제 스마트워치(Smart Watch)를 살펴보자. 작고 편리하며, 수백 년간 인류가 사용해온 시계는 너무도 익숙한 액세서리 중 하나다. 스마트폰과 달리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까지 추가해 기존의 불편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물론, 그만한 성능과 기능을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현재의 스마트워치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스마트폰과 같이 앱을 설치해 기능을 확장하거나, 이메일, SNS를 활용하는 등 스마트폰의 기능 일부를 분담하는 기능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과거 피처폰에 몇 가지 기능이 추가되어가던 바로 그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스마트워치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라면, 시계 본연의 기능에 더해 이런 부가적인 기능을 더 넣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변수들이 모여 일순 스마트폰이란 완전히 다른 변수로 전이됐듯, 현재의 변수들도 지속적으로 쌓이는 어느 순간,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제품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 아직은 초기단계

소니가 출시한 스마트워치를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 현재의 스마트워치는 기존 스마트폰의 기능 일부를 분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휴대한 스마트폰의 전화발신, 위치확인, 날씨확인, 달력연동 등이 그 주된 기능들이다. 대부분의 기능은 기실 스마트폰 상에서도 구현되는 것들이고, 이를 스마트워치로 불러와 보여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 소니 스마트워치 ]

소니의 제품은 비교적 초기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워치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사실 스마트워치 시장의 성패는 이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보조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기존 스마트폰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어설픈 기능 몇 가지를 독립시키는 수준이라면, 수백 년을 이어와 이제 명품의 반열에 올라선 고급 시계 브랜드를 따돌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생활을 돕는 똑똑한 어드바이저

바쁘게 움직이는 당신. 정신 없이 이어지는 약속과 미팅. 이 와중에 스마트폰·태블릿을 꺼내 스케쥴을 확인하고 다음 할 일을 체크하는 것은 분명 귀찮은 일이다. 이때, 다음 일정 전에 이를 알려주는 기능을 가졌다면?

언제 어디에서 마주칠지 모르는 위험. 스마트워치가 당신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심박이 너무 높거나 낮은 상태인 경우 자동으로 119와 연결해 구급차를 호출해 준다면?

지하철 개찰구에 설 때마다 어디에 넣어두었는지 모를 교통카드, 신용카드를 찾아 주머니를 뒤지는 번거로움 없이 시계만 슬쩍 인식장치에 대 주는 것으로 문이 열린다면?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당신, 방해 받지 않고 싶은 시간 동안 걸려오는 전화를 스마트워치가 대신 양해를 구하고 다음으로 미룰 수 있다면?

기능은 상상하기 나름이다. 우리가 그것이 가능할 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것을 실현시키는 것은 기업들의 몫이며, 우리는 그저 상상하기만 하면 된다. 앞서 언급한 기능들은 모두 스마트폰의 보조적 기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적어도 스마트워치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Stand Alone) 기기가 되어야 하고, 종래엔 현재의 스마트폰이 가진 기능 일부를 흡수해야 한다.

◆ 과연 블루오션인가?

최근까지 애플의 스마트워치인 ‘아이워치(iWatch)’에 관련한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애플은 이미 관련 특허 79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애플의 이사인 빌 캠밸이 “혁신적인 기술이 접목된 시계가 휴대폰만큼 익숙해지게 될 것”이라 밝혀 애플이 이 기기를 실제로 준비 중임을 암시한 바 있다.

[ 애플 아이워치 콘셉트 이미지 ]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도 이 시장에 뛰어들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외신들은 며칠 전, MS가 손목시계형 컴퓨터인 스마트워치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고 대서특필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구글, 삼성과 LG 역시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결국 현재 IT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거대기업들 대부분 스마트워치를 차세대 스마트 기기로 낙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워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종래엔 작은 디바이스 하나에 엄청난 기능이 집약되겠지만, 그것이 언제인가 하는 점과 기존 시장을 어떻게 점령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또다시 남게 된다.

시계는 스마트폰과 달리 ‘기술 집약적'인 제품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자부심을 느끼고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액세서리에 포함되는 제품이다. 손목에 차는 작은 시계 하나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판매되는 이유는 그것이 소위 ‘명품’이라 일컬어지는 고가품 시장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은 제품의 품질이나 디자인보다 ‘브랜드’ 그 자체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잦다.

40여 년을 이어온 휴대폰 시장을 스마트폰이 일시에 집어삼켰다 해서 240여 년을 이어온 철옹성 같은 명품 시장도 그럴 것이라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공존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경쟁 끝에 한 쪽이 몰락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첨단의 기기를 선호하는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스마트워치는 전통의 시계 시장을 넘보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 가능성은 있다

스마트폰의 거센 물결을 우리는 앉아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변수를 직접 바라보게 되면, 전문가들이 써내는 각종 미래의 예측, 기술 동향이 어디에서 어떤 근거로부터 출발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기사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근원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어느 시장에 어떤 변수가 쌓이고 있는지, 그래서 종래엔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를 스스로 예측하는, 조금은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티핑포인트를 가늠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IT 시장에는 입는 시스템, 구글글래스와 스마트워치 등이 새로운 변수를 쌓아가고 있다. 주의할 점은, 현재의 변수와 시각으로 이 제품들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어떤 변수들이 쌓여가고 있고, 그 변수들이 어떤 추이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과연 스마트워치는 머지 않은 미래에 독립된 당당한 하나의 기기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 장악한 IT 시장을 다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제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때이다.

오국환 기자 sadcafe@it.co.kr

상품지식 전문뉴스 미디어잇